





요즘의 우리들은 ‘물질적으로 풍족하고 편리한 기술의 혜택을 누리고 산다’는 말을 일상적으로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AI, 4차산업 혁명과 같은 새로운 기술, 산업 시대로의 진입은 우리의 생활에 있어서 더욱더 긍정적인 미래의 모습을 그려내게 만들었다. 이러한 변화들은 긍정적인 측면만 놓고 보자면 한 없이 밝은 앞날만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인간이 행하는 일에 있어서 완벽하게 장점만 있을 수는 없기에 많은 부분에 있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특히 4차산업 시대의 핵심요소로서, 몇 해 전부터 우리들의 관심사를 뜨겁게 달군 AI(인공 지능)에 대한 첨예한 대립은 우리가 말하는 기술 발전의 빛과 그림자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예가 될 것이다. AI를 기반으로 한 산업이 복지와 생활 수준에 막대한 기여를 할 것으로 보는 입장이 있는 반면, 고도로 발달된 인공지능이 초래할 인간 소외나 다양한 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이렇듯 아직은 미래의 일이기에 여러 관점들이 존재하지만, AI를 필두로 한 4차 산업의 물결 이후 더 정확하고 정밀한 로봇으로 인해 “결점 없음”이 정상이 되는 시대가 오는 것은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결과다. 기계와 다르게 인간은 필연적으로 결점을 내포하기에 진정한 의미의 인본주의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로 4차 산업의 물결을 마주하게 된다면 이는 인류 전체에게 있어 큰 불행이 될 것이다.
이번 SeMA창고에서 기획되는 이영후 작가의 개인전 [BayVer the ㅔㅣㅏㅣ]는 이러한 시대상과 미래에 대한 고찰을 작가만의 예술논리와 감성으로 풀어내며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모음만 남겨진 타이틀에서 의도적으로 빠진 ‘ㅇ’은 완전하게 발전하고 있는 기술 속에서 부재된 인간성의 담론과 도덕적 인식에 대한 작가의 애도로서, 우리가 지켜야할 인간성의 출발을 제시한다.
이영후는 목조건물을 못이나 나사없이 제작하는 공법 ‘팀버프레임’을 통해 인간과 AI의 간극을 보여준다. 이 기술을 학습한 개인과 그 개인이 인공지능 BayVer에게 팀버프레임 공법을 가르치고 서로의 결과물을 제시, 그 둘의 차이를 비교함으로서 선구적 기술상에 대한 더욱 직관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작가가 사용하는 BayVer는 각종 블록 장난감의 양각과 음각을 파악하여 마치 퍼즐 맞추듯 주어진 블록을 짜 맞춰 조립해내는 인공지능이다. BayVer의 작업은 10번 내외의 시도 끝에 오차가 없고 정확한 조립을 하여 소위 “결점 없는”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반면에 작가 본인이 제작한 목조 작업들은 사람의 손이 개입된 결과물로 조립의 오차로 약간의 기울어짐, 어긋남 등의 ‘결점’ 을 갖고 있다. 사람들은 보통 이를 ‘인간적인 면모’ 라며 안도하는데, 현재의 기술 발전 속도라면 근미래에 많은 사람들의 입장에서 이 인간적인 면모가 정상적이지 않고 허용조차 되지 않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 사회는 정상적이고 행복한 사회일까?’ 라는 작가의 생각으로부터 구성된본 전시는, 작업에 투영한 이 인간적인 면모를 통해 미래에 우리가 절대적으로 추구하고,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할 인본주의 시발점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글 이장로










